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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poem_internal18

거룩한 식사 & 聖 찰리 채플린 - 황지우 거룩한 식사 황지우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을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聖 찰리 채플린 황지우 영화 「모던 타임즈」끝장면에서 우리의 “무죄한 희생자,” 찰리 채플린이 길가에서 신발끈을 다시 묶으면서, 그리고 특유의 슬픈 얼굴로 씩 웃으면서 애인에게 “그렇지만 죽는다고는 말하지 마!”하고 .. 2012. 5. 7.
준다는 것 - 안도현 준다는 것 - 안도현 이 지상에서 우리가 가진 것이 빈손밖에 없다 할지라도 우리가 서로 바라보는 동안은 나 무엇 하나 부러운 것이 없습니다. 그대 손등 위에 처음으로 떨리는 내 손을 포개어 얹은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스스럼없이 준다는 것, 그것은 빼앗는 것보다 괴롭고 힘든 일입니다. 이 지상에서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바친다는 것, 그것은 세상 전체를 소유하는 것보다 부끄럽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대여,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남에게 줄 것이 없어 마음 아파하는 사람을 사랑합니다. 그는 이미 많은 것을 누구에게 준 넉넉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2012.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