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자동차 컨디션에 자신이 없는데, 추운 아침 서둘러 시동을 걸려고 하면 끽끽대기만 하고 자동차 발동이 걸리지 않아 불길한 생각에 가슴이 선뜩거리는 것이다. 그러다 봄이 오고 날씨가 풀리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멀쩡하게 시동이 잘되어 겨울날의 걱정스러웠던 경험을 말끔히 잊게 한다. 도대체 겨울에는 왜 자동차 시동이 잘 걸리지 않을까? 가솔린이 엔진으로 잘 흘러들어가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면 배터리가 추운 겨울에는 역할을 잘 못하기 때문일까? 정답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운데 그 이유는 무엇을까?
배터리는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전자의 흐름)를 만든다. 그런데 화학반응은 온도가 높을수록 빨리 일어나고, 반대로 온도가 낮아지면 늦려진다. 따라서 배터리를 차갑게 하여 온도를 낮추면 일초에 내보낼 수 있는 전자 개수 E, 즉 전류량이 줄어든다. 플래시 타이트의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더 실감나는 다른 예를 들면, 워크맨 배터리가 너무 차가우면 알레그로 비바체였던 음악이 느린 렌토로 변해버린다. 따라서 너무 차가운 배터리를 워크맨에 넣지 말고 데워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진다고 배터리가 전자를 내보내는 힘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필요할 때마다 전자를 힘 있게 흐르도록 하는 힘이 약해지는 것이다.
또 하나 이상한 일은 자동차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고 세워두면 배터리가 멎는 현상이다.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으면 화학반응을 시키지 않으므로, 그래도 살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배터리는 사용하지 않아도 전기를 조금씩 누전하여, 오랫동안 그냥 두면 전기를 만드는 배터리 속의 화학약품이 소진해버린다. 따라서 배터리가 죽게 되는 것이다. 물론 현재 사용되는 자동차 배터리는 예전에 비해 이런 문제가 훨씬 적다.
자동차 배터리에는 황산이 들어 잇는데, 배터리가 전류를 흐르게 하는 동안 이온이라고 부르는 화학종들이 황산 속을 헤엄쳐 음극과 양극 사이를 오가야 한다. 그런데 기온이 떨어지면 이 황산의 점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이온들의 이동 속도가 느려지면, 결과적으로 배터리가 전류를 공급하는 능력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추운 겨울 바깥 길가에 밤새 세워둔 자동차보다 차고 속에서 잠재운 자동차의 시동이 쉬울 수밖에 없다.
출처 : 「진정일의 교실 밖 화학 이야기」자동차 배터리는 왜 겨울만 되면 고장이 날까 중
오늘의 과학문화사 (12월 12일)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ㆍ
- 1866년 스위스 화학자 Alfred Werner 출생. 1913년 노벨화학상 수상.
- 1901년 이탈리아의 전기기술자 Guglielmo Marconi, 대서양 횡단 무선 통신 실험
성공. 1909년에는 노벨물리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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